봄이 무르익으면서

정원에는 많은 꽃들이 피어났어요.

제가 군대에 있는 동안 할머니와 부모님께서

여러 꽃들을 심으셨습니다.

이전에는 꽃을 직접 키워본 경험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정원에서 영상을 찍을 당시에는

꽃들의 이름을 잘 몰랐었죠.

그냥 남들처럼 꽃을 보면

‘와 예쁘다’라고 지나치기만 했지,

이 꽃들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고

어떤 과정을 거쳐 피어나게 되는지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으니까요.

이제 직접 꽃을 심고 영상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이들의 이름도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라는 시구절이 있잖아요.

이처럼 순간적인 감탄에 머물지 않고

깊은 관심과 애정으로 꽃을 가꾸기 위해

이름을 부르며 오래 들여다보려 합니다.

잘 안해본 요리를 하면서

식재료들의 생소한 이름을 많이 접했죠.

‘냉이, 쑥갓. 돈나물.’ 등등

봄나물의 이름도 어찌 이렇게 많은지요.

특히 이름부터 알면 이들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재료의 맛과 향을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특히 ‘색깔’에도 각각의 색상에 대한 이름이 있죠.

예를 들어 초록색은 라임, 민트, 올리브그린

파란색은 코발트블루, 인디고, 아쿠아마린

빨간색은 버건디, 크림슨, 마젠타 등이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디자인 전공자 입장에서 색의 이름들은 무지했어요.

꽃을 잘 모르고 느낌으로 보듯이, 색도 느낌으로만 보며 작업했거든요.

하지만 최근에 더 전문적으로 영상 작업을 하기 위해서

각각의 색상의 이름들을 알아가며 그 특성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요리에서 식재료의 이름만 들어도

맛과 향을 상상할 수 있는 것처럼요.

그냥 ‘예쁘다’라는 추상적인 표현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이름으로 색을 부르고 알아가며

더욱 구체적으로 색을 표현하는 스펙트럼을 넓히는 거죠.

어쩌면 그 많은 이름들을 다 몰라도 살아가는데는 크게 상관없을 거에요.

하지만 이름을 알아가고 부를 때 소중한 관계가 시작됩니다.

당장 밖에 나가기만 해도 지명이나 상호 등 수많은 이름들이 있죠.

최근에 저는 자전거 타고 ‘외포리’라는 곳에 처음 다녀왔는데요.

사실 지명을 주의깊게 기억하지 않는 습관이 있어서

‘외포리’를 다른 이름으로 헷갈릴 때가 많았습니다.

이런 습관 때문에 가끔 어디를 다녀왔는지

기억이 희미해지는 경우가 많아서

사소한 장소의 이름도 더 꼼꼼하게 기억하려고 해요.

이름을 기억하는 작은 습관은 큰 관심의 시작이 된다고 합니다.

이름을 알아가는 것은 일상과 기억을 선명하게 칠하는 행위이며,

날마다 새로운 이름들이 추가되며 더욱 생생하게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같은 이름이라도 각자마다 다른 의미로 다가올 거에요.

어느 사람에게는 흔한 일상 속 이름이겠지만,

또 다른 사람에게는 추억이나 인생의 전환점이 되겠죠.

이처럼 이름은 매우 소중한 것입니다.

‘어느 꽃’이 아닌 특정한 이름으로 부르면

그 꽃에 대한 감정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지듯이,

‘어느 곳’이 아닌 구체적인 지명으로 기억하면

그 곳에 대한 추억이 더욱 생생하게 남듯이,

각자의 고유한 이름을 불러주면

그 자체로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님의 이름처럼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