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는 한국 여행 중인 앤드류가 우리 집에 머물렀어요. 앤드류는 재작년 코스타리카 온라인 선교로 알게 된 친구입니다. 비대면으로 만난 이 친구는 화면 너머로도 쾌활한 에너지와 함께 한국을 좋아하는 열정을 크게 느낄 수 있어서 금세 친해졌어요.

앤드류는 작년부터 한국 여행을 준비하고 있었고, 당시 군대에 있었던 저는 전화로 그의 여행 계획을 도와줬죠.  저 또한 앤드류가 한국에 오는 것을 크게 기대하면서요.

물론 그가 도착하기 직전에는 여러 일로 정신이 없었던 때였습니다. 스스로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여길 즈음에 앤드류가 저희 집으로 왔습니다. 마침 그의 한달 여행 계획 중 마지막 일정은 강화도였어요. 계획대로 앤드류가 강화도에 있는 우리 집에서 지내면서 그의 여행을 함께했습니다.

지금을 놓치면 돌아오지 않을 시간일 거라는 생각과 함께, 앤드류의 마지막 여행 일정이 그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주는 개인 일정의 일부분을 조정하고 앤드류와의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앤드류와 함께 방문한 곳들은 개인적으로 외국인 친구들에게 추천할만한 강화도 여행지였습니다.

‘연미정’과 ‘고려궁지’ 같은 역사적인 관광지부터

유니크한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는 ‘조양방직’ 카페와 ‘전등사’,

강화도에서 처음 가본 ‘버거히어로’와 ‘계룡돈대’까지

여러 가지 색다른 경험을 즐겼지요.

액티브한 여행보다는 여유롭고 잔잔한 휴식을 더 선호해서 그런 여행지들 위주로 다녀왔습니다.

앤드류와 함께 지내면서 저 또한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마음이 충전되었는데, 그 중 하나는 ‘좋은 사람’이 누구인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가장 가까이에 계셨던 부모님에 대해 더 깊이 느꼈어요.

앤드류과 함께한 여행 중에 몇몇 일정은 저희 부모님과 함께한 것도 있었습니다. 부모님은 영어학원 강사시고 사람들과 교류하는 걸 좋아했어요. 마침 학원 출근 전 여유로운 시간을 활용하여 앤드류과 함께 여러 곳을 돌아다닐 수 있었어요.

대화를 즐기시고 소통을 잘하시는 다정한 부모님과 달리 저는 언어적 소질이나 사람들을 대하는 부분에서 부족함을 느낍니다. 만약 저 혼자였다면 앤드류를 완전히 챙겨주기가 어려웠을텐데 그런 부분을 부모님께서 많이 도움을 주셔서 다행이었습니다.

앤드류는 우리 부모님을 보고 정말 쿨하고 러블리하다며 이런 부모를 만난 것은 축복이라고 저에게 말했습니다. 저에게 익숙한 사람들이라서 와닿지 않았던 그들의 성품을 앤드류를 통해 다시 한 번 느껴 감사했습니다.

좋은 기억을 남기려면

‘좋은 사람’이 되어야함을 항상 떠올립니다.

또 이미 내 곁에는 좋은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다는 걸 되새깁니다.

한 번은 앤드류에게 한국을 좋아한 이유를 물어봤어요. 표면적으로는 언어, 문화, 음식, 장소 등 모든 것이 좋았다고 했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한국 사람들이 그를 ‘unity’, 즉 ‘한 개인’으로서 대해주는 것이 좋았다고 합니다.

여행 중에 도움이 필요할 때면 모르는 사람들도 기꺼이 도와줬고, 대놓고 ‘외국인’으로 낯설게 바라보거나 괴물처럼 여겨 피하는 등 상처받은 일이 없었다고 합니다.

물론 그가 본 한국의 모습이 이게 전부는 아닐 겁니다. 하지만 외국인으로서 한국을 좋은 곳으로 소개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언어와 문화가 다르더라도 앤드류를 환대할 이들은 존재한다는 걸 전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앤드류는 이 순간을 위해 여행을 온 것 같다고 합니다.

이전부터 그는 자신이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답을 계속해서 찾아왔습니다. 그러다가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고 여러 일들을 경험하다가 한국을 알게 되었고, 한국인들과의 인연이 시작되면서 새로운 시야를 열게 되었습니다.

작은 씨앗처럼 시작된 마음이 축복과 인연으로 이어져서 지금의 순간까지 이어지게 된 거였죠.

실제로 그는 한국으로 이사할 계획이 있어서 이번 여행은 이를 위해서 온 것이었습니다. 그의 여행 목적은 스스로 살고 싶은 집을 찾기 위해 떠난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물음은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가’로도 생각할 수 있을 거 같네요.

정원뷰, 공간, 거리 등의 거주 공간으로서의 조건도 있겠지만,

집이라는 곳은 ‘나’라는 존재를

받아들일 수 있는 곳이어야 할 겁니다.

수고한 짐을 내리고 마음이 쉼을 얻을 수 있는 곳,

‘나다움’을 회복할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바로 진정한 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앤드류가 친척과 함께 사는 미국으로 내년에 방문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앤드류의 여행처럼 제 삶에서도 그런 새로운 경험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꼭 큰 여행만이 새로운 충전을 위한 방법은 아닙니다.

작은 일상 속에서도 새로운 걸 발견하고 느낄 수 있으니까요.

큰 여행이라도 작게 느껴질 수 있고,

작은 일상일지라도 큰 영감을 찾을 수 있는 것처럼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