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님은 커피를 좋아하시나요?

하루를 견뎌내기 위해서는 커피 한 잔이

큰 힘이 되더라고요.

저도 군대에서 가장 그리웠던 것도

아이스 아메리카노였는데

커피 없으면 어떻게 하루를 버틸 수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마침 아버지께서도 커피를 좋아하셔서

단골카페에서 다양한 원산지의 색다른 맛의 원두를 사십니다.

(어떤 맛의 원두가 있는지는 다른 편지에서 소개해드릴게요)

구입한 원두는 커피머신으로 추출해서 마시는데요,

저희 집은 항상 아침을 먹은 후에 커피를 내려먹는 루틴으로 지냅니다.

커피를 내리고 나면, 걸러낸 원두를 말려서 거름으로 만듭니다.

이런 원두 찌꺼기들은 거름으로 좋다고 해요.

조금 귀찮은 일이지만 이런 규칙적인 일상의 작은 행동으로서

하루를 산뜻하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저희 집 거실은 ‘정원뷰가 보이는 북카페’ 느낌입니다.

카페로 가기 위해 외출하지 않아도

생활하는 2층 방에서 1층으로 내려가면

책의 향과 함께 아늑한 곳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커피뿐만 아니라

책들을 구입하셔서

이 곳에는 많은 책들이 있습니다.

고전부터 최신 작품까지 분야가 다양하지만,

저는 다독가가 아니라서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이 많습니다.

이 책들을 언제 다 읽을 수 있을까요?

얼른 분발해서 읽어보고 싶습니다.

이곳은 언제나 변함없는 공간이지만

창 밖을 내다보면 계절과 날씨에 따라 풍경의 변화가 보입니다.

그래서 일상 속에서 늘 새로움과 위안을 느낄 수 있죠.

이번 주는 비가 오고 바람이 거세게 불어서

거실에서 벚꽃 영상을 편집하며 지냈습니다.

거센 바람이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차분히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평온을 찾습니다.

어렴풋이 남아있는 순간의 감정을

더 생생하게 떠올리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기록하는 것이 좋잖아요.

요즘 다들 사진 찍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겠죠?

또 그 기록을 방치하지 않고 무언가로 창조적으로 만들어내면

더욱 선명한 추억으로 간직될 수 있을 거 같아요.

사진을 앨범에 정리하거나 인화해서 방에 거는 것,

포토북이나 엽서로 제작해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는 등

기록을 보다 생생하게 보존하고

더욱 가치있게 만들어 놓는다면

추억도 더욱 의미깊고 소중해질 것입니다.

이번 주에 한 영상 편집 작업도 그런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모든 순간이 완벽하지 않고 몇몇 미숙해 보이는 부분조차도

다듬고 가공하다보면 더욱 특별하게 남기 마련이죠.

새로운 계절의 풍경들이 계속해서 펼쳐질 것이기에

한 해동안 자연의 변화를 감상하면서

다음 봄을 기다려보려고 합니다.

거실에서 영상 작업을 하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비교적 여유롭게 지낼 수 있는 이 집이 편합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이런 불안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여기서 영원히 머무를 수 있을까?’

각자마다 가지고 있을 불안의 이유는 다양할텐데요,

눈 앞의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조급함과

앞날을 알 수 없어서 느끼는 막막함이

크게 작용하는 거 같습니다.

저는 전역 이후 계획한 대로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계획과는 다른 상황과 생각치 못한 변수가 생겨

여유롭게 준비하려던 일들을

더 빠르게 진행해야 하게 되었습니다.

(이 일들은 다음에 준비된 대로 알려드릴게요.)

한편으로 이곳에서 계속 작업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중도에 멈춰야 한다면 그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했습니다.

아직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하다보니

이제 미룰 여유조차 없이

즉시 실행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일어납니다.

이런 시기일수록 여유에 빠지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하고 있습니다.

너무 여유를 부리면 현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이는 가드닝 영상 작업을 통해 크게 느낀 것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마음에 ‘부담감’으로 과하게 차면

독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하루종일 부담감에 시달리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오히려 하루를 날려버리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기계가 아닌 우리는 가끔은 그럴 수 있지만,

그게 오래 가지 않도록 조심해야죠.

이런 상황 속에 있지만,

지금 이 시기를 보낼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매주 계속해서 유튜브를 찍을 수 있는 상황이,

아직은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여유가 남아있음이.

실제로 커피를 마시는 여유도 앞으로 할 일을 위해

부담을 가라앉히는 고요한 추진력으로 필요한 것이지,

커피를 마시는 여유에 빠져서

다른 일을 못하게 된다는 것은 아니니까요.

너무 여유롭지도, 너무 부담감이 크지 않은 딱 적당한 정도.

과한 부담감이 해야 할 일을 가로막지 않게 하는 것.

그렇다고 이 일을 하는 이유를 잊지 않고 열심히 해나가는 것.

그런 여유와 부담감 간의 균형을

잘 유지하는 지혜가 필요한 거 같습니다.

최근에 ‘우울’과 관련해서 인상적인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우울감에서 벗어나려면 그 감정에 ‘머무르지 않고’ 벗어나야 하는 것.

가만히 있으면 쓸데없는 부정적인 생각만 더해져 더욱 심화되기 때문에.

그래서 우울감에 빠질 시간에 자신의 할 일에 전념하는 게 좋다는 거죠.

뜬금없이 ‘우울감’이라는 단어를 꺼냈지만

이를 ‘집’이라는 단어로 바꿔 달리 생각해봤습니다.

우리에게 집은 삶 속에서 ‘머무는’ 공간이죠.

각자마다의 자리에서 사회의 일원으로서 살아가다가

가정집이나 자취방에서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며 충전할 겁니다.

저는 아직은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정원을 가꾸는 평온한 일상에서 새롭게 충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집은 밖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 단계일 뿐,

계속 머무르기 위한 곳이 아니라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어요.

집이 도피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내실을 키우는 공간이 되도록,

정체되는 게 아니라 미래를 위해 부단히 준비합니다.

그렇게 일상에 몰두하며 사계절이 지났을 때,

내면이 더 풍부해지고 새로워지는 저의 모습을 그립니다.

최근에 이런 생각으로 마음을 정리하면서

집에 영원히 머물 수 없다는 생각에 불안해지는 제 모습이

조바심이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조바심이 불안을 더욱 키우는 경우가 있으니

그보다는 매순간에 충실하는 것이 더 낫죠.

분명 집이 저에게 많은 것들을 주지만,

집이 아닌 곳에서도 사회의 일원으로서 살아갈

단단한 내실과 가치를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