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요즘 많이 빠듯해지는 가운데 항상 레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번 주에 보낸 레터를 이어서 5월 마지막주 편지로 근황을 전해드립니다!
이번 주에 외할머니께서 우리 집에 오셨어요. 원래 외할머니께서는 2년동안 저희 집에서 지내셨는데요. 하지만 지난 해에 다리 건강 때문에 할머니 댁으로 돌아갔습니다. 저는 전역하고 오랜만에 외할머니를 뵈어서 무척 반가웠어요. 그렇게 한 주동안은 할머니랑 가까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랫동안 도시에서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할머니께서는 텃밭 관리를 아주 능숙하게 하십니다. 역시 인생 경험과 노하우일까요? 물론 부모님의 만류에도 할머니는 자주 정원 일을 하러 나가셔서 걱정입니다. 일에 즐거움을 느끼고 몰입하는 것은 좋지만, 할머니 몸이 상하실까봐 건강이 염려됩니다.
제가 군대에 있는 동안에 할머니께서 어떤 정원 일을 하셨는지 궁금했습니다. 가드닝 초보였던 저로서는, 가드닝의 원조이신 할머니를 따라 정원들을 둘러보며 새로운 것들을 알아갔습니다.
할머니랑 함께 정원을 관찰하면서, 저희 가족도 잘 몰랐던 식물들을 발견했습니다. 할머니 덕분에 모르고 지나쳤던 것들을 알게 되는 재미가 있었는데요. 또 할머니께서 어떤 식물들을 심었는지 알게 되어 흥미로웠습니다.
가장 많이 심으신 꽃은 '접시꽃'이고, 가장 좋아하신 꽃은 '찔레꽃'과 '할미꽃'이라고 합니다. 몇몇은 이름 모를 꽃들도 심었다고 하는데요. 예전에 들렀던 양주의 어느 카페에서 받은 씨를 심으신 거라고 하네요.
작년에는 할머니께서 가꾸신 꽃과 현재 어머니께서 심으신 꽃들은 달라요. 정원을 가꾸는 사람의 취향이 정원의 모습에 크게 반영된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럼 나의 취향이 뭐지? 아직은 그런 취향이 확고하지 않지만, 가드닝을 더 배워나가며 찾아보려고 합니다.
정원을 가꾸신 경험이 없으신 어머니는 지난 2년동안 할머니로부터 가드닝과 집안일을 배우셨습니다. 그 이후에는 어머니께서 홀로 정원을 가꾸셨고, 지금은 제가 어머니로부터 가드닝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매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정원에서 홀로 산책을 하십니다. 그 곳에서 기도로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히고 대지의 영향을 받으면,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는다고 하셨습니다. 저도 이번 주부터 어머니를 본받아 6시에 일어나 정원에서 산책을 시작했습니다.
어머니를 따라다니면서 정원에 무엇을 살펴봐야 하는지 알아가고 있습니다. 영양분이 부족하지 않도록 오래된 꽃을 따고, 벌레 먹은 잎을 따는 어머니를 보면서 ‘아직 돌봐야할 것들이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머니와 어머니의 가드닝 방식은 다르지만, 꾸준히 식물들을 돌보는 정성은 같음을 느낍니다.
지금까지 대부분 부모님이 가드닝을 하시고 저는 소극적으로 도움을 주고 일상을 기록하기만 했습니다. 이제부터는 남은 한 해 동안은 가드닝을 더 깊이 알아가고, 스스로도 정원을 가꾸는 일을 익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지난 3개월 동안 전원 생활을 하면서, 계획이 항상 순조롭게 흘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크게 와닿았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저뿐만 아니라 저희 부모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원래 강화도로의 이사는 어머니께서 할머니를 시골에 모셔다 살고 싶은 꿈에서 출발했습니다. 외할머니께서 조용한 자연 속에서 평화롭게 남은 생을 보내기를 바라시는 마음이었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부모님은 1년만에 좋은 집을 찾았고, 할머니와 함께 전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꿈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습니다. 할머니께서 시골에서 밤 중에 혼자 계시는 걸 무서워하셨습니다. 게다가 혼자 계시는 동안 건강 상의 우려도 컸습니다. 외할머니께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있을 거라는 걸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어머니의 뜻과 달리 할머니는 저희 집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에 저희 가족은 꿈처럼 살아가지 못한 현실에 낙심을 했습니다. 그래도 가족 모두가 이 집을 계속해서 지키면서 또 다른 보람과 기쁨을 누리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 삶 속의 뜻깊은 시간을 만들어 가며 이 집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죠. 무엇보다 이번 주처럼 언제든지 할머니께서 이 곳에 오셔서 편안히 머무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수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어머니의 심정을 보며 저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저는 유튜브를 시작한지 3개월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성장 기록을 위해 시작했지만, 솔직히 성과에 대한 기대도 있었나 봅니다. 그래서 조회수와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제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마다 낙담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유튜브를 시작한 덕분에 스스로 변화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3개월동안 꾸준히 12개의 영상을 만들면서 정체되지 않고 움직였다는 사실에 만족합니다. 또 가드닝 영상을 찍으면서 예전에 무심했던 저의 내면이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경작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상과는 다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조금씩 내실을 키우는 과정에서 제가 원래 추구했던 목적은 잃지 않았음을 깨달았습니다. 만약 제 계획과 생각대로 성과가 크게 나왔다면, 오히려 그 성과에 사로잡혀 저의 목적과 본질을 망각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래서 지금의 과정을 소중히 여기며 나아가고자 합니다.
때로는 꿈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이 커져서 지칠 때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아직 꿈의 완성형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꾸준히 성장하는 현재진행형임을 믿습니다. 현실과 부딪혀 낙담하는 순간도 우리가 자라나는 과정의 일부라는 것. 저는 지난 봄날동안 전원 생활을 통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집에서 무엇을 이루어내고 싶은지 생각해봤어요.
제 꿈은 정원에서 얻을 무언가가 아니라, 정원을 가꾸는 삶 자체입니다.
정원을 가꾸는 과정을 통해 기르는 힘을 키워나가는 것.
무엇이든지 성장시키고 세상을 더 아름답게 가꿔나가는 능력을 갖추는 것.
계획이 틀어지거나 결실이 어떻게 맺어지든, 남들과 가치를 나눌 수 있는 마음을 기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