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8월 첫째 주 레터입니다.

계속되는 더운 날씨 속에서도 ✨님은 잘 지내고 있나요? 최근 주변에서 여름 감기에 걸렸다는 소식이 많은데 무더위 속에서 항상 건강에 유의하시길 바래요.

이번 달에는 특별한 이야기를 레터로 나누려고 합니다. 지난 여름에 그렸던 첫 그림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현재진행형으로 진행되는 과정을 기록하려고 해요. 앞으로 8월동안 벌어질 과정과 이야기들을 레터를 통해 계속 함께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평소에는 주말이나 특별한 일정이 있을 때면 일산에서 머물기도 합니다. 원래 강화도 본가로 이사가기 전까지 오랫동안 살았던 곳이고, 교회도 그쪽에 있어서 주말마다 계속 일산으로 가고 있습니다.

일산에 머무를 때는 주로 독립서점을 찾아가요. 특별히 이번 주 월요일까지 일산에 머물게 되면서 저의 단골 독립서점인 ‘너의 작업실’로 갔습니다.

‘너의 작업실’은 딱 2년 전 여름에 친구들의 소개로 알게 된 곳이에요. 작고 아늑한 공간 안에서 손님들이 각자의 작업에 몰입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죠. 또 서점에 자주 들어오는 새롭고 다양한 그림책들을 접할 수 있어서 풍부한 영감을 얻을 수 있고요.

서점 이름처럼 이 곳은 영감과 쉼을 얻을 수 있는 저만의 또 다른 작업실이자, 좋은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고 교류할 수 있는 우리의 아지트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처음 ‘너의 작업실’에 갔던 당시에는 입대를 바로 앞두고 있었습니다. 입대하기 전까지는 서점에 자주 들리며 ‘그림책 작가’라는 꿈을 키웠어요. 군대에 가서도 전역하면 영감이 넘치는 공간에서 그림책 작업을 하는 즐거움을 누리는 꿈을 그렸습니다.

실제로 전역한 후 이번 여름에 그림책 작업을 준비하며 ‘너의 작업실’에 다시 찾아갔어요.

2년 전에 꿈꾸었던대로 이번 여름동안 그림책 원화를 독립서점에서 틈틈이 그렸지요.

어느 날, 저를 알고 계시던 사장님이 제 그림책을 서점에서 전시해도 된다고 제안해 주셨어요. 원래 너의 작업실에서도 이웃 작가들이 그림책 전시를 하는 경우가 많았죠.

그런 뜻밖의 기회를 저에게도 제안해주셔서 감사했어요. 당시에는 책 완성에 집중하고 있어서 전시는 어떻게 할지 잘 모르지만, 출간 이후에 차근차근 준비할 거 같아요.

마침 서점은 이사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바로 옆건물로 이사하게 되는데요. 더 넓어진 공간에 커피를 내릴 수 있는 머신과 바가 마련되어 있고, 모임을 할 수 있는 별도의 방도 생겼어요. 인테리어도 아직 공사 막바지지만, 우드로 꾸며져서 더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지고 있어요.

새 공간에서 또 다른 작업을 할 저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봅니다. 전시 일정은 아직 미정이지만, 사장님께서 이사 갈 서점에서 보여주신 전시 공간을 보며 조금씩 전시를 구상하려고 합니다.

이번 주는 그림책을 판형대로 책의 형태를 만들어보고 글을 다듬는 작업을 했어요. 보통 책은 인디자인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제작하는데, 주로 출판사에서 이 작업을 맡아서 합니다.

하지만 본인이 책의 형태로 만들어 POD 출판 플랫폼에 보내야 하는 특성상, 인디자인 프로그램을 배우면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향후 스스로 책을 만들고 출판하는 일을 염두에 두고 있어서, 이번 주에 경험치들을 쌓는 마음으로 차근차근 작업한 한 주였습니다.

이번주 월요일부터 글을 다듬는 과정에서 생각보다 어려움이 있었어요. 사실 작업량이 많은 그림 그리는 일보다 간결하고 함축적인 글을 쓰는 일이 더 까다로웠어요. 글이 그림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의미를 잘 살려야 그림책의 완성도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들어 제 글을 보면 어색함이 느끼더라고요.

군대에서부터 시작한 글쓰기를 계속 하면 늘 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무언가에 막힌 듯이 퇴보되는 기분입니다.ㅠ (사실 저번 주 레터를 못 보냈는데, 글이 도통 안 써져서 결국 건너뛰었어요..)

감사하게도 계속 레터를 읽어주시는 ✨님도 제 부족한 글이 어떻게 읽힐지는 잘 모르겠지만, 글을 계속 써내려가려고 합니다.

글을 쓰는 이유는 저의 이야기를 하는 힘을 기르는 훈련이니까요. 현재 아웃풋을 하는 상황 속에 무언가 고갈된 느낌이 들면 당연히 인풋이 필요하겠죠?

수요일에 일산의 너의 작업실에 또 가서 작업했어요. 할 일을 마치고 1시간 동안 서점에 있는 여러 그림책들을 읽었습니다. 최근에 개인 작업에 집중하느라 다른 그림책을 볼 여유가 없었는데, 이 날 햇살이 내리는 오후 시간대가 비어서 그 때 읽어봤지요.

그림책은 대부분 적은 분량에 쉽게 읽혀서 짧은 시간에 여러 권을 읽을 수 있어요. 물론 분량이 짧지만 여운은 깊고 긴 특별함도 있지요.

불행 속에도 긍정의 힘을 심는 우화

사소하지만 반짝이는 아이디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따뜻한 만화

예고없이 뜻밖의 울림을 주는 동화

고된 현실을 위로해주는 드라마

다양한 그림책의 이야기들이 저의 마음에 겹겹이 쌓아올립니다.

그림책은 대부분 짧은 분량에 쉽게 읽혀지면서 여운은 길고 깊은 울림도 있지요. 삶 속에서 열을 나게 하는 많은 사건들 속에서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할 이야기를 필요로 합니다.

혼자 있는 방 안을 살며시 비추는 작은 햇살이 따스한 위로가 될 때가 있어요. 그림책은 저에게 따스한 햇살같은 존재입니다. 그런 햇살을 다른 사람에게도 선물하는 것. 이것이 제가 그림책 작가를 꿈꾸게 된 이유입니다.

8월 첫 번째 그림책 <너 없이도, 나>

한 소녀는 소중히 여기던 곰인형이 세탁기로 망가져버리는 상황을 마주합니다.

곰인형을 잃고 큰 슬픔에 빠진 여자아이는 마음이 아픈 나머지 세탁기를 부숴버리기로 결심합니다. 그 순간, 우주 여행 중이라는 외계 생물체(?) ‘고냠이’가 그녀를 만나 이별을 위로합니다.

이 책은 작가가 올해 처음으로 출판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동화 작가로서의 꿈을 품은 작가의 사연이 저랑 비슷한 입장이라서 이 그림책에 마음이 더 갔던 거 같아요.

이 책에서 대사가 통통 튀어 흥미롭게 읽혔습니다. 소녀와 고냠이의 유쾌한 교류와 대화가 이야기에 재미를 더했습니다. 특히 고냠이가 구름을 비유로 이별을 표현한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작품 전체적으로 그림체가 거칠지만 앙증맞고 귀여웠습니다. 소녀가 엉엉 우는 모습은 마음을 아프게 하더라고요. 널 위한 거라며 세탁기를 부수겠다는 소녀의 행동은 귀여우면서도 이해가 갔습니다. ‘조금만 더 곁에 있어주면 안되냐’는 그녀의 마음에 공감하며 감정이입이 되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이별을 받아들이는 것은 언제나 어렵습니다. 이별은 때로는 예고 없이 찾아오고, 떠나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아 받아들이기 힘들 때가 있죠. 하지만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소중히 여겼다면, 떠난 뒤에도 삶 속에서 어떤 모습이든지 우리에게 좋은 모습으로 돌아올 거라는 희망을 그림책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이별을 받아들이고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하는 이 작품은 재미와 귀여움이 넘치는 그림책으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