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계속 그림책 작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번 달에 그림책을 출간하여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발판이 되도록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대학 시절에는 영상을 만들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창작 일을 자주 했었어요. 그래서 전역 이후에 오랜만에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창작하는 재미를 다시금 느끼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창작하는 도중에 몇몇 어려움을 겪고 있었어요. 특히 이번 2주동안은 저에게 가장 취약한 채색 작업을 하면서 어려움이 크게 다가왔어요.

스케치를 잘한 그림도 색을 어떻게 칠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한 끗 차이로 달라집니다. 자칫하면 색이 칙칙해보이거나 쨍한 형광펜 색처럼 보일 수 있죠. 그런 감각에 대한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색채를 고민하는 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번 레터에는 지난 2주동안 채색작업을 하면서 느꼈던 색깔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보았습니다.

그림책은 강화도 이사 전에 살았던 일산의 호수공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여름이 되면 호수공원은 초록색이 가득차게 됩니다. 그림책 속의 계절적 배경도 여름이라서 초록색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색상으로 화사했던 봄이 지나고, 초록으로 물든 여름은 이전 계절과는 다른 풍요로움을 느낍니다. 그 이유를 이번 그림책 채색 작업을 하면서 생생하게 와닿았습니다.

하나의 색상이라도 채도와 명도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줍니다. 노랑에 가까운 초록은 햇빛에 쬐는 듯한 쾌적함과 활기가 느끼게 하고, 파랑에 가까운 초록은 수박같은 시원함과 산뜻함이 느낄 수 있습니다.

호수공원뿐만 아니라 지금 이 레터를 쓰고 있는 저희 집 주변도 초록으로 가득합니다. 집 앞의 텃밭부터 자전거 산책길인 논밭까지 파릇파릇한 초록들이 만연해요.

어떤 초록은 보기만 해도 선선한 바람이 느껴지거나 숲 속의 소리가 들립니다. 또 어떤 초록에는 싱그러운 햇빛이 일렁거리고 향긋한 풀내음과 습함이 느껴집니다.

여러분은 이번 여름을 어떤 초록으로 칠하고 있나요?

초록 다음으로 많이 그리는 그림은 푸른 하늘과 호수입니다. 푸른색도 농도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연할수록 맑고 청명한 느낌을 주고, 진할수록 깊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줍니다. 개인적으로 연한 푸른색이 하늘의 색상과 더 가깝고 평온하면서도 상쾌한 느낌을 줘서 더 선호합니다.

초록과 파랑은 자연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색상들이죠. 이들은 자연의 평화로움과 친근함을 상기시키는데요. 이 색상들은 마음 한 곳에 자연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우리의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동시에 긍정적인 생명력과 성장의 잠재력이 깃들어 있습니다. 제 그림도 이 색들이 가진 잠재력을 담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최근에 자주 구름 사진을 찍고 있어요. 그림책에서 구름이 중요한 소재로 나와 참고 자료로 많이 활용하고 있었죠.

변화무쌍한 모양의 구름을 어떤 그림체로 그려야할지 항상 고민이었는데요. 그림책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특정 장면이 튀지 않도록 톤을 맞추려고 애를 썼어요. 하지만 가끔은 그 날의 느낌에 따라서 즉흥적으로 선을 그리고 색을 칠하기도 해요. 스스로 정한 틀에 너무 매이지 않고 그 날의 기분과 감정에 충실하는 것도 좋은 영향을 가져다줍니다. 그러면 그림이 경직되지 않고 생동감이 넘치는 신선한 기운이 담겨져 있죠.

숲을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하지만, 때로는 하루의 색을 담아보고 그 날의 순간에 포착하며 자유롭게 즐기려고 합니다. 매일매일 구름의 모양이 달라지는 것처럼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