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레터를 보내드립니다. 지난 8월 레터 이후로 거의 한 달 넘게 레터를 못 보내드렸어요. 그 사이에 새 구독자들이 들어오고 다음 레터를 언제 보내냐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었는데요.
사실 지난 한 달동안 앞으로의 방향을 크게 고민하면서 지냈습니다. 올 여름에 출간한 첫 그림책을 바탕으로 다양한 것들을 시도하고 싶은 마음이 컸었고, 그런 와중에 에세이 레터를 어떻게 진행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그 전까지 매주 한 편씩 전원생활 일상 기록과 그림책 제작 과정을 담은 레터들은 저에게 큰 자산이 되었어요. 특히 레터를 정성껏 읽은 구독자의 응원을 들을 때 보람이 컸습니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제가 나아가고자 하는 미래를 그려보았을 때, 올 해 에세에 레터를 계속 연재하는 것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어요.
고민 끝에, 다음 일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 지금 이 편지를 마지막으로 올해 에세이 레터를 마무리하기로 정했습니다.
물론 저의 이야기도 여기서 끝낸다는 것이 아니에요. 저의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기록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전에 개인적으로 상반기동안 느꼈던 것들을 특별히 저를 구독해주신 분들에게 마지막 레터로 전하려고 합니다.
6개월동안 에세이 레터를 쓰면서 느꼈던 것
에세이 레터를 4월에 시작한 이후로 봄에는 가드닝 일상을 기록하고, 여름에는 그림책을 만들고, 가을로 넘어갈 때에는 단골책방에서 첫 개인 전시를 했습니다. 6개월동안 여러 일들을 부지런히 하면서 만감이 교차한 시간이었어요.
하지만 지난 시간을 되돌아봤을 때 ‘차라리 이런 실용적인 일들을 했더라면’, ‘이 때는 레터보단 저런 걸 먼저 하면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에 잠길 때가 있었어요. 지금 현실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6개월동안 많이 이루지 못해서 괜히 ’시간낭비를 한게 아닌가‘라는 막막함도 들었죠.
그렇지만 유튜브와 에세이 레터를 했기 때문에 내적으로 단단해지고 무언가를 주체적으로 해내는 힘을 기를 수 있었어요. 특히 올 9월 동네 책방에서의 전시 준비과정은 저에게 올해 가장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에세이 레터, 유튜브, 그림책, 개인전시. 모든 게 처음이었지만 후회없이 한 번 도전해보자라는 마음이 컸어요. 물론 처음부터 뜻대로 풀리지 않아 계획대로 되지 못한 부분들이 많았죠. 정체되는 느낌이 들어 답답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런 시작이 있었기에 작게나마 생산적인 일을 계속해서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런 것조차 시작을 안했더라면 아무것도 못하고 목표를 망각한 채 계속해서 지체되었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짧은 기간이었지만 에세이 레터를 시도하길 잘했다는 생각은 변함없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에세이 레터를 시작한 이유는 ’기록을 통한 성장‘이었어요. 이제는 ‘기록하는 방식’을 바꾸려고 합니다.
6개월 동안 여러 값진 경험들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었다면, 이를 발판으로 올 한해 남은 3개월동안 저의 진로를 준비하려고 해요. 그런 과정 속에서 기록을 더 활발히 할 수 있도록, 에세이 레터에서 인스타와 블로그로 옮겨서 이어나가려고 합니다.
원래 에세이 레터에 담고 싶었던 주제들을 블로그에서 다루려고 해요. (가드닝 일상, 그림책 리뷰, 작가의 성장기록) 특히 출간을 계기로 그림책이라는 폭넓은 바다를 더 깊이 탐구하고 싶어서 그림책을 소개하는 글을 연재할 예정이에요. 무엇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림책을 읽고 마음을 돌보는 삶을 꿈꾸며 더욱 부지런하게 활동하겠습니다.